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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에서 20년 넘게 밭농사를 해온 현수성(63)씨는 자신의 농작물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현씨는 “이렇게 심한 가뭄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며 “감자나 고추는 지금이 열매를 맺는 시기라 물이 많이 필요한데, 비가 이렇게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망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책도 없이 가뭄에 농작물들이 다 말라 비틀어져 죽으니, 농민들은 살지 말라는 건가 싶다”고 했다
이곳에서 논농사를 짓는 황모(57)씨도 계속되는 가뭄에 농가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씨는 “우리는 저수지 근처에 논이 있어 양수기로 겨우 물을 끌어왔지만, 저수지와 떨어져 있는 농가들은 물을 끌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물어도 너무 가물어서 비가 100밀리미터(mm) 정도로 한 번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단비가 내리긴 했지만, 강원 영서와 제주를 제외하고는 10밀리미터 채 오지 않는 등 해갈에 충분치 못한 강수량이었다. 앞으로도 전국적인 비 예보가 없는 탓에 농민들은 비 소식만 기다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가뭄 중요 지표로 사용되는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지난달 30일 기준 166.8밀리미터로,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344.8밀리미터)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낸 1973년 이후 가장 낮은 강수량이다.
다른 지역 농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기 양주시 양적면 가납리에는 가뭄이 심해 농작물을 심지 못한 땅이 대다수였다. 그나마 심은 농작물들은 힘겹게 겨우 서 있었고, 곳곳에는 물을 공급받지 못해 썩어버린 농작물의 줄기를 뽑은 흔적이 보였다. 이렇게 뽑은 농작물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밭은 흙이 메마른 탓에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어 황량한 사막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경기 양주시에서 6년째 고추와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김경순(65)씨는 올해 고구마는 포기했다. 김씨는 “땅에 아무리 물을 줘도 그때뿐”이라며 “가뭄이 얼마나 심한지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구마는 다 죽었고, 고추도 대부분 말라 비틀어 죽었다”며 “이번 농사는 그냥 망한 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45년째 논농사를 하고 있는 최기동(70)씨는 올해처럼 농번기에 비가 안 온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최씨는 “요즘이 모내기가 끝나고 가지 거름을 하는 시기인데, 비가 안 와서 지하수를 매일 퍼다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하수에도 물이 없는지 예전처럼 물이 안 나온다”면서 “지하수 온도가 차가운데, 차가운 물을 벼에 공급해 벼가 나중에 ‘쭉정이’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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